[기고 칼럼] 케이블TV에 따듯한 배려가 필요한거죠
- hyeonju
- 2024년 3월 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30일
케이블TV는 지역성을 품은 우리 미디어 산업의 훌륭한 자원이다. 특히 지상파, 종편, 방송채널(PP)과 마찬가지로 케이블TV는 지역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케이블TV는 한번씩 위기를 맞이한다. 지난해에는 케이블TV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 간 분쟁으로 홈쇼핑 사업자가 송출중단을 선언하는 등 파행적 협상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가 이 갈등에 개입하면서 극적으로 봉합했다.
최근에는 PP 사업자의 방송 송출중단 위협을 받으며 또 한차례 위기가 닥쳤다.
SBS미디어넷은 최근 LG헬로비전 고객을 대상으로 3월 22일부터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안내했다. 종편과 일부 대형 PP도 케이블TV 사업자에 같은 방식의 협상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답 없는 콘텐츠 사용대가·송출수수료 분쟁에서 케이블TV 가입자의 시청권을 위협하는 사례로 판단된다.
SBS미디어넷과 LG헬로비전의 분쟁은 현실이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SBS미디어넷은 예능과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공급하는 SBS 자회사다.
SBS는 현재 운영 어려움에 직면했고 SBS미디어넷이 제작하는 콘텐츠 제작비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어 이들은 콘텐츠 이용대가를 더 받고 싶어 한다. 반면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이지만 매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 홈쇼핑 송출수수료마저 줄어 운영이 어렵다.
아마도 예상컨대 SBS미디어넷이 자사 핵심 콘텐츠인 스포츠 채널 프로그램 이용대가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LG헬로비전을 비롯한 케이블TV는 재무적 문제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사업자는 PP의 콘텐츠 제작 단가가 올라가는 것에 관해 대가를 더 인정해 줘야겠지만 그 콘텐츠가 케이블TV사업자의 매출 상승에 직접 연동되어 있지는 않다. 또 SBS미디어넷이 제작한 콘텐츠가 케이블TV 사업자에게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OTT, 유튜브, IPTV 등에도 공급되고 있어 콘텐츠 제작비를 다양한 곳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PP의 주 수입원은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한 대가로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와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 수입이다. 높은 광고 수입을 위해서는 좋은 번호 대역이 필요하다. PP와 유료방송 플랫폼이 매년 프로그램 사용료와 채널번호 위치에 관해 협상을 진행하는 이유다.
이때 플랫폼 사업자가 PP 채널 번호를 변경하려면 약관을 변경해야 한다. 약관을 변경하려면 PP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즉 케이블TV 또는 IPTV 사업자가 PP 사업자의 채널을 변경하기 위한 자율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관은 정부의 동의와 PP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케이블TV가 채널 편성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OTT와의 경쟁은 꿈도 꿀 수 없다. 또 신상품 출시를 위해서도 PP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PP가 높은 콘텐츠 사용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타 플랫폼 대비 상대적으로 재원이 부족한 케이블TV 방송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일부에서는 LG헬로비전 같은 케이블TV의 위기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공급도 중단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이다. 타당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PP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채널 편성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기업의 전략에 따라 예컨대 인기 있는 트로트 채널을 앞으로 당기거나 인기 없는 채널을 편성에 뺄 수 없다. 그러나 SBS미디어넷과 같은 힘 있는 PP사업자는 지금처럼 송출중단을 선언할 수도 있고 PP채널 편성 개편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PP사업자의 협상카드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 역시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정기 개편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TT, IPTV와 경쟁으로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채널 편성에 대한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 주거나 일방적인 송출중단을 막을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또 PP사업자 역시 상대적으로 경쟁력 열위에 있는 사업자에 합리적이고 따듯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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