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K콘텐츠에 외국인 직접 투자 늘려야”
- openroute
- 2024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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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은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을 만나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방송학회 등에서 활동하는 김용희 전문위원은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도 겸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지원해야 효과적
국내 콘텐츠 생태계는 위기다.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수준이 아니다. 이미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업계 일거리가 줄고 일자리도 사라진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관한 의사결정은 제작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구매하는 플랫폼이 한다”며 “제작사가 이미 촬영하고 편집한 콘텐츠여도 방송채널이나 OTT, 영화관에 편성되어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천억원짜리 콘텐츠 제작지원 펀드나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보다 콘텐츠 수급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플랫폼에 같은 규모로 투자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플랫폼이 콘텐츠를 구매하면서 흥행 실패 위험을 부담하는 데 이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적 방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티빙·웨이브가 보여주는 내수시장 한계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내수시장 만으로는 수익(흑자)을 낼 수 없다는 건 국내 OTT 실적에서 드러난다. 실제 방송업계 전문가들은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하려면 넷플릭스만큼 투자해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매년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려면 그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단이 필요하지만 딱히 없다. 넷플릭스만큼 투자하지 않고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수급하는 콘텐츠 하나하나가 다 성공하는 똑똑한 투자가 필요하다.
김용희 전문위원은 “넷플릭스 본사 영업이익률은 20%대고 넷플릭스 코리아 영업이익률은 3%대로 나온다고 하는데 이는 국내 콘텐츠 업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며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와 구독료가 티빙·웨이브와 비슷하니 수익 차이는 크지 않지만 투자 규모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는 그나마 콘텐츠 투자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할 수 있지만 티빙·웨이브는 내수시장뿐이라 똑같이 해서는 계속 흑자를 낼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시장 규모 대비 콘텐츠 제작비가 과하다”고 덧붙였다.
K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 필요
김용희 전문위원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국내 콘텐츠 산업구조가 글로벌화되어야 한다고 봤다. 콘텐츠 산업은 많이 투자하면 콘텐츠 수가 많아진다. 좋은 작품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많은 콘텐츠 중 흥행하는 콘텐츠가 늘면서 생태계가 성장한다. 전체 수를 늘려 흥행작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문위원은 특히 국내 제작사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판매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 번 정착한 플랫폼을 계속 이용하게 되는 락인효과(잠금효과) 같은 방식이다. 제도적으로 글로벌 제작사들이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용희 전문위원은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려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는 것의 반대로 더 많은 기업이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야 세계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세액공제를 25% 해주겠다, 보조금을 15%까지 주겠다고 하니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처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같은 곳에 미디어 산업단지를 조성해 스튜디오를 짓고 투자하면 세액공제를 해주겠다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인이 나오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K콘텐츠 대부분은 이 같은 완제품 수출 방식이다. 반면 반도체는 들어가는 소재·부품·장비부터 중간 단계, 최종 단계를 담당하는 기업이 모두 다르다. 콘텐츠만 유독 기획부터 최종 단계까지 전부 한국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에 갇혀 있다는 말이다.
그는 “넷플릭스를 삼성전자로 비유하면 한국에 와서 소재·부품·장비도 투자하라고 정치권에서 압력이 들어가는데 매출을 늘려 투자를 확대할 세액공제 같은 제도적 방안은 없이 투자만 더 하라고 하는 셈이다”라며 “국내에서 생산된 완제품 콘텐츠만 해외로 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티빙 오리지널, 웨이브 오리지널을 저렴하게 제작해 국내로 가져오면서 한국 문화 종속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일본에서 ‘흑백요리사 재팬’을 제작한다면 흑백요리사 포맷을 파는게 아니라 넷플릭스 촬영을 위해 국내에 설립된 스튜디오에 와서 촬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그러면 한국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방문한 해외 출연진과 촬영인력이 스튜디오 근처에서 머무는 동안 그 지역 소비가 늘어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희 전문위원은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럽처럼 제도와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유럽, 캐나다, 호주 같은 곳은 만약 매출이 1조원이라고 하면 그 3%를 콘텐츠 제작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 발전기금 3%를 내라는 식의 제도를 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보통 기업이 매출 대비 투자를 그만큼 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나 기금으로 자국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넷플릭스처럼 100%가 넘게 투자하는 기업을 늘려야지 정작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가 규제 비용이 늘어 국내 투자를 줄이거나 떠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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